우리 삶의 기본은 만남과 헤어짐이다. 그 바탕에 태어남과 죽음, 생명과 무생물이 있다. 내 몸 안에도 나를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씨앗'이 존재하며, 이 씨앗에 존재하는 생명력이 나의 몸, 정신, 그리고 영혼을 매일 매일 새롭게 유지해준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그것은 맨 처음 생명과 연결되어 내 몸 안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전이암으로 돌아가셨다. 관에 안치한 후 뚜껑을 닫기 전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전하는 인사 때 진정한 이별의 슬픔을 알았다.
그리고 다음 날 산소터 땅을 파고 관을 안치하고 상주들이 흙을 관 위에 뿌릴 때 처음으로 상실감을 맛보며, 진정으로 눈물이 났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죽음이란 정말로 단순하고도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 뒤로는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별로 느끼지 못한 듯하다. 한 밤 중, 깊은 산속, 어두운 길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컴컴한 곳이라도 가볍게 여길 수 있었다. 화날 때 외에는 울지 않았다.
일상에서 눈을 돌리기만 하면 보이는 수많은 나무와 숲과 풀들은 살아있는 것인가? 아니면 죽은 것인가? 혹은 살아 있으면서 죽은 것인가? 무엇이 그 식물을 살아있게 만드는가?
무엇이 저 나무와 풀들을 살아있게 만드는가? 앙상한 가지만 남은 꽃나무 가지에 아름다운 연분홍 꽃들이 달릴 것인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살아있음'이란 자라고 늙고 죽어가는, 생명의 자연스런 과정을 포괄하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생명'의 반대말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 활동, 즉 변화를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활력의 부재, 즉 '무생물'인 이유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면 못쓰게 될 뿐이다. 자발적으로 싹을 내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형할 수 없다.
어릴 적 생각에 사람은 집밖에서 죽으면 안 되며, 가능하면 집 안에서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마도 죽음의 장소가 중요한 이유는 친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직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은 병실에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고 행복했던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안부 인사를 나누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헤어지는 것이 요즘 말로 '좋은 업'을 짓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모든 목숨은 혼불이 되어 훌쩍 사라질 정도로 가볍지만, 반대로 어떤 저울로도 재거나 돈으로 바꿀 수도 없다. 이런 일은 범죄자들이나 하는 일이다. 내가 자주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왜 그러고 사느냐?"는 물음에 "딱히 할 다른 일이 없어서!"다.
죽을 때까지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배우가 야윈 모습으로 등장한 무대는 안타까워 싫다. 관객들에게 실례를 끼치는 일은 아닐까. 죽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아픈 것은 싫고 무섭기도 하다. 멍해진 머리로 침은 흘려도 괜찮지만 아픈 것만은 피하고 싶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아름다운 금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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