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따라 걷거나 달리다 보면 큐션 좋아 보이는 신발을 신고 잰걸음으로 가는 사람들 사이로, 맨발로 가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특이 길가 공원에 조성된 짤은 걷기 주로에서는 더더욱 자주 눈에 뜨인다.
벌어진 발가락과 두껍고 딱딱해진 발바닥, 불거진 뒤꿈치로 울퉁불퉁한 하기도 한 지면을 마치 움켜잡듯 밟거나 맞춰간다. 약아빠진 현대사회 속에서 마치 혼자 당당하게 자연과 마주하고 있는 위인을 보는 듯한 느낌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나신의 해부학적 신체구조가 낯설어진 나머지 아무 꾸밈도 없는 단순한 신체를 대하면 일종의 혐오감 비슷한 감정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조금만 자연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인가.
온 몸을 동식물의 가죽으로 감싸고 있는 가운데, 고고하게 살아움직이며,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가운데 혼자 꿈틀대며, 다들 새장에 갇혀 지내는데 혼자 날아다니는 듯하고, 호흡기 병에 걸려 숨쉬기 힘든데도 혼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보인다.
맨발이 달리기나 걷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자리 잡은 지도 한참 된 듯하다. 신체 중에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힘차게 움직이는 발은 땅과 대기와 직접 맞닿고 교류할 수 있는 걷기와 달리기의 기본 원칙을 지카는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런 전형적인 모습에서 자기 능력을 드러내고, 유연한 생각과 단련된 신체,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영혼을 활짝 펼치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동물 가죽 안에 갇혀 평생 일그러진 삶을 지탱하는 사람들은 차나 집안의 쿠션에 의지하는 삶을 산다.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달리는 것은 아니다. 내 말은 다만 걷거나 달리는 모든 이들의 걷기와 달리기의 즐거움을 강조하고자 할 뿐이다. 나쁜 기운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붙잡게 만들려 홀리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요즘처럼 한 블록도 안 되는 눈이 싸이거나 언 길을 걸어가기보다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타 노약자들을 밀어졎히며, 숨이나 체취들을 섞으며 다칠까 필사적으로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하지만 건장한 남자들이 이런 불편감을 감수하면서도 차를 이용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길을 걷거나 달리기만 한다면 진정한 특권을 누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여길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밝은 기운들이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과 동행하며 이들의 삶을 돕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주어진 원초적인 특권인 걷기와 달리기라는 특권을 저버리거나 무시하며 살아가면, 산책길 자체가 없어지며, 흙이나 자연에 대한 감촉도 멀리하게 된다.
결국 우리 모두가 자연과 대지의 공동 소유자들이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오히려 그 위를 걷거나 달리는 행위 자체가 마치 다른 사람의 땅에 무단 침입하는 것으로 자신도 모르게 여긴다는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걷는 사람들을 즐거운 마음의 소유자라 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아름다운 화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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