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언제 어디서든 살아남는가, 아니면 사라지는가의 선택이 아니라 경쟁의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한 빨리 상대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빨리 대응 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당한 특별한 물질대사 과정을 진행시키게 된다.
우리에게 더 많은 힘, 즉 몸안에 저장해둔 탄수화물을 더 많이 사용하는 물질대사다. 이와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다. 당질인 코르티코이드 호르몬 계열에 속하는 이 호르몬은 뇌에서 분비되는 것이 아니다.
부신, 즉 콩팥 위의 작은 내분비샘에서 분비된다. 그것도 시상하부가 뇌하수체를 통해 분비 명령을 내린 뒤에야 생산에 들어간다. 시상하부는 주로 음식 섭취와 성적인 활동, 체온 조절과 도파민과 코르티솔의 생산에도 기여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반응 시에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고, 수면까지 포함해 우리 일사 전체를 조절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각자의 리듬에 맞춰 처리할 수 있도록 하루 종일 규칙적으로 분비된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일어나 새로운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일정량의 코르티솔을 받는다.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부신에서는 코르티솔을 더 많이 생산하며, 상황을 극복하거나 위험을 회피해 도망갈 때는 약간이 아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것도 한꺼번에 말이다, 거기다 우리는 흥분하게 되면, 코르티솔이 점차 몸 안에 퍼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조용히 중요한 일정들을 대비하여 생각하고 있는데, 옆 자리 승객이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면 싫지만 함께 들어야 할 때다.
내가 일어나 자리를 피해야 이 훼방꾼으로부터 벗어나 흥분이 가라앉을 수 있다. 도주가 성공한 것이다. 또 다른 상황으로 내가 혼자 어두운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뭔가 나에게 시비를 걸 수도 있다.
뇌에서 코르티솔이 쏟아져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거칠게 뛰고, 동공이 확대되고, 혈압이 올아가며, 호흡이 빨라진다. 또한 몸 안에서 더 많은 힘이 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때는 상대의 영향권을 제압해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낄 수도 있다.
흥분하게 되면 덥지도 않는데 땀이 나고, 손이 축축해지며, 머릿속이 멍해지고, 이 상황을 정리할 적당한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모두 비상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작용이다. 진화 과정에서 위험상황에선 싸우든 도망치든 오직 한 가지만 하게 설계된 때문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는 말도 생각도 필요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에너지 공급 뿐이다. 무조건 근육에 산소를 가득 품은 혈액을 공급하는 일보다 더 급한 것은 없다. 그래서 머릿 속이 가끔 멍해지고,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 불확실한 의견만 떠듬떠듬 내뱉을 뿐이다. 싸움이 끝나야 그럴 듯한 반론이 무더기로 생각나지만 정작 당시에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작업 기억조차도 코르티솔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화요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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