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어울려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나'란 존재 가치인 '자아' 개념을 공격당하는 것을 불쾌하게 느끼며, 최대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바쳤던 신념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체 어떻게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경제학자들이 집단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될 수 있을까?
제일 잘 나가는 전문가들조차 심각한 경제 불황을 예측하지 못하는데, 그러면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툭하면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정치가나 일반 시민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를 경제 불황으로 내몰았던 지식인들은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닐까? 1970년 필립 테트락이라는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가 간단한 실험을 통해 해답을 밝혀냈다.
한쪽은 교육 수준이 높고 머리가 아주 좋은 명문대학의 학생들이었고, 상대는 징그러운 시궁쥐였다. T자 형태의 통로 아래쪽에는 쥐들을 대기시켰고, 통로 위쪽의 양쪽 날개에서는 번갈아 가면서 먹이를 두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쥐 실험을 보면서 어느 쪽의 먹이 입구가 열릴지 미리 예측해보도록 했다. 당연히 쥐들에게는 실험에 대해 말로 설명해 줄 수 없으므로 알아서 먹이를 찾게 하면 되었다. 좌우측의 먹이 분배 빈도수는 동일하지 않았다.
왼쪽 60%, 오른쪽 40% 확률로 먹이 입구가 열렸다. 쥐들은 왼쪽 입구가 열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굉장히 빨리 파악했고, 어느 순간부터 무조건 왼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쥐들은 짧은 시간 안에 60%의 예상 적중 확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눈에는 쥐들의 전략이 한심해 보였다. 왼쪽에 죽치고 앉아있다는 것은 40%의 경우는 먹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먹이 분배의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까는 두 번이 왼쪽이었고, 한 번이 오른쪽이었으니까 다음 번에는 세 번이 왼쪽이고 두 번이 오른쪽일까? 이런 식으로 먹이를 주는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공식에 맞아 떨어지는 우연의 질서를 찾아내려 눈에 불켰다.
최종 결과는 학생들은 시궁쥐들보다도 못한 52%의 예상 적중 확률을 달성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패트릭 교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연에 의존하는 전략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완전히 우연히 만들어지는 결과 속에서도 규칙을 파악해보겠다고 끈질기게 버티며, 그래서 스스로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먹이를 낚어채는 데 있어서는 시궁지보다도 못한 존재이다. 로또 복권 판매소 앞은 금요일이 혼잡하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한 금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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