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처럼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화를 자주 낸다.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지면 의사들은 환자의 말을 자세하게 듣지 않을 때가 많다. 환자는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빽빽한 일정에서 그 저 한 줄 짜리 일정에 지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입원 환자는 의사가 자신과 소통하는 방식보다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에 더 만족한다는 오래된 말도 있다. 일반 진료에서도 컴퓨터가 점점 더 많이 사용되면서 의사는 환자를 진찰하면서 키보드로 자료를 더 자주 입력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환자와 눈을 마주치는 기회가 더 줄어들게 되기도 한다. 환자가 처음 진료를 받을 때 의사가 입을 떼기 전에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평균 시간은 23초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차 진료는 대체로 환자 관리에 중점을 두고, 환자가 가능한 한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이다. 그래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도 적절히 줄여야 한다.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의사는 없지만, 환자 치료가 의사에게 늘 최우선 목적은 아니라는 말이다.
만성 질환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치료가 최우선은 아님을 알게 된다. 대표적 만성질환인 심장병과 당뇨병은 잘 관리할 수는 있지만 완쾌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의사들이 엄청난 업무를 감당하면서 점점 엄격해지는 진료 및 보상 체계까지 감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우리 나라의 대학 병원 평균 진료 시간은 3분, 유럽 등 선진국들은 6~8분으로 알려져 있고,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남아돌아 환자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들으려는 의사는 있을 수 없다.
환자의 생애를 조사하거나 최근에 환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환자의 열망과 고통이 무엇이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들으려 하지 않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의사들이 제대로 주의 깊게 듣지도 않고 진단을 내린다고 짜증을 낸다.
의사와 환자와 눈길을 한 번도 맞추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환자도 있다. 환자가 겪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사와 환자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전체 면담 시간의 거의 반을 소비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질병은 한 사람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체 기관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멋진 말이 있다. 의학이 개인의 삶과 개성을 제쳐두고 신체 기관에 집중하게 되자 다양한 대체, 보완 치료가 나오고 있으며, 대체 의료가 일차 의료보다 더 많이 찾는 수도 있다.
미국 의료의 1/3 이상이 소위 말하는 대체 요법을 사용하지만, 이들의 70%는 자신이 만나는 일반의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기존 치료법들의 효과를 평가할 때 이런 사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을 가질 필요도 있을 만하다.
의사가 환자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아 대체 치료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오늘의 의학은 몸의 부분의 합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의대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두꺼운 교재의 첫 장에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맛보기로 언급만 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 장부터는 곧바로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작동 방식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의사가 환자의 말에 공감을 표현하라는 조언도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은 환자의 경험을 제대로 이해했고, 이를 받아들인다는 말하는 것일 뿐일 때가 많다는 말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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