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45-3] 의반야바라밀다고(衣般若波羅密多故) : 부처님의 신통 변화는 다양하나 오직 하나의 진실, 반야바라밀에 의지한다는 말이다 : 공적영지가 진정한 나의 본성이다
처음은 하나의 지각 행위가 되지만 실행이 익숙해지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나'라는 느낌이 된다. 처음은 이것이 잘 안 된다. 하다가 잊어버리고 다른 생각하고 하지만 '나'라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춰보면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까 마음이 그만큼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 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의 생각, 즉 현전일념이 된다. 나라는 느낌이 뚜렷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그것을 선가(禪家)에서는 성성적적(惺(惺寂寂)이라 한다. 화두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느낌과 다른 대상 또는 생각과 연결이 끊어질 때 그것은 사라진다. 그러다가 수행이 더 깊어지면, 이 느낌 자체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마음이 무심한 상태가 된다. 이것을 보조스님은 '공적영지(空寂靈知)'라 하였다. 불교에서는 쉽게 우리가 참나라고 말하는 본래 면목, 주인공, 불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공적영지라는 말을 쓴다.
공적이란, 내 몸이나 생각, 느낌, 의지, 의식이 진정한 내가 아니라, 몸도 왔다가 가고, 생각도 왔다가 가고, 세상 모든 일들이 왔다가 가는 그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마치 영화의 스크린 같이 텅 비어 공적한 바탕이다. 영지란 그러면서도 소소영령하게 그 모든 것이 오고 감을 아는 알아차림이다. 이 공적영지가 진정한 나의 본성이지, 몸과 마음이라는 오온이 나의 본성이 아니다.
그러니 병이 올 때 '내가 병에 걸렸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공적영지한 이 진정한 나는 병에 걸릴 수 없다. 영화의 스크린은 공포영화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불타는 화염 속에서도 스크린은 불타지 않는 것처럼, 이 공적한 마음은 어디에도 오염되지 않는다. 내가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병이라고 이름 붙인 어떤 현상이 이 공적한 배경 위로 인연 따라왔다가 갈 뿐이다. 그 상태에서는 누가 나에게 욕을 해도, 칭찬을 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계속 있으면 좋으나 잠깐 나온다. 그러다가 또 다시 업력(業力)이 뒤덮고, 또 '나'라는 느낌이 튀어나온다. 이때 개체성이 잠시 정지되는 상태를 경험하게되는데, 이 체험이 처음에는 가끔씩 나타나다 점점 자주 나타나고, 결국은 나라는 상태를 일으키던 경향은 점점 사라지고, 그것들의 힘이 어느 정도까지 약해지면 존재의 본성에 힘이 남아 있는 찌꺼기를 완전히 씻어내어 '나'라는 의식 자체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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