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이 세상'이라는 말이 있지만, 누구든 두려움이나 무력감, 또는 분노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런 아기는 없다. 제대로 분노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인과적 사고가 필요한데, 아기들에게는 그런 사고 능력이 없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 소리 지르며 우는 것은 감정적 비난보다 오히려 신체적 불편함의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양육자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춥고 축축하고 배고픈 것은 바로 그들 때문이다.
젖을 먹고 안기고 옷이 갈아 입혀진 경험은 재현되리라는 기대로 이어지며, 본능적 자기애로 생존과 안락에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해주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위험으로 전해져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불안감은 실제로는 두려움이지만 외부에서 발생하는 모호한 위협이 뒤섞인 감정상태로 두려움이라는 작용에 대한 분노나 비난이라는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기들이 무력하지 않다면 원하는 것을 직접 손에 넣을 수 있다.
아기들에게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목적이 있는 정돈된 세상을 요구할 수도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으므로 원하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식이다. 그렇지 못한 대상은 자기 행동에 대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의미다.
아기들이 유아기 초기부터 다른 인형에게서 무언가를 빼앗는 '나쁜' 인형이 맞는 모습을 기뻐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으며, 이를 정의에 대한 초기 인식이라는 심리학자 폴 볼룸의 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모두에게 존재하지만, 진정한 정의와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 일종의 개인적이고 내적인 복수 행동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아기들에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과 비슷하다.
받은 대로 갚아준다는 이스라엘식 성급한 사고를 정의로 여기는 것은 비약이며, 이과 같은 비약은 우리 인생에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한 듯하다. 아기의 분노는 근본적인 모순에 입각해 있음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는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무력하고, 우주나 대자연은 나에게 관심이 없으며, 나는 나만의 안전을 생각하며, 모든 사람이 나를 돌봐야 한다는 착각이 공존한다. 무력한 신체, 자기애, 유아기적 나르시즘이 그런 모순을 만든다.
정당한 세상이라는 미숙한 사고의 형태로 나아가 내 삶의 고난과 불운 앞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경향으로 평생 지속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살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분노는 현재의 악한 감정이 아니라 미래의 선한 감정의 시작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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