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스스로를 달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진정한 의미에서 주자들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마스터스 마라토너, 즉 습관적 주자는 우리 사회에서 새 질서, 아니 오히려 오랜 질서를 수호하는 지킴이 명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정부의 임명을 받은 관리가 아니라 훨씬 더 명예로운 천하를 주유하는 선비 계급에 속한다. 우선, 바람직한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정의는 무엇인가? 우선 완주속도, 달리는 자세나 기술, 장거리 달리기에 대한 지식등 외부로 나타나는 기술적인 능력이 우수한 주자일까? 절대로 아닐 것이다.
화상 환자에서의 피부이식, 만성 신장 기능부전 환자에서의 신장이식과 같은 조직 이식에는 수술의 기술적인 면보다도 이식할 조직이 이식 받는 조직에 의해 배척당하지 않고 받아 들여질 조직적합성 여부가 더 중요시 된다.
마스터스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장거리 달리기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흔히들 생각하는 엘리트 선수에 버금가는 기술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사회적인 마라톤 문화에 부합하는 가치관이나 비젼 등 정서적인 의식과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런 정서적 측면은 일종의 잠재 능력으로 쉽게 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향하는 바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서 같은 달리기 습관이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쉽게 친하며 깊게 응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 마라톤 대회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마라톤 문화에 대한 어떤 뚜렷한 공통의 배경이 없이 대회를 주최하는 목적, 참가하는 주자들의 지향점, 개최되는 대회의 다변성 등에 따라 각각의 대회들이 더욱 세분화되는 경향이 일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상태로는 장기적인 우리 나라 마라톤 대회 문화나 미래에 대한 예견이나 계획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마라톤 문화에 대한 명확한 가치 기준을 먼저 세울 필요가 있다.
즐기는 대회, 기록을 세우는 대회, 봉사하는 대회, 기부하는 대회, 돈 버는 대회, 시상이 없는 대회, 환경을 생각하는 대회, 기념품이 없는 대신 참가비가 싼 대회, 매주 개최하는 대회, 부부 대회, 왕중왕전 등 많은 형식의 대회들이 개최된다.
이런 문제들은 현재의 육상연맹, 울트라 마라톤 연맹, 광화문 마라톤 모임 등 전국적으로 마라톤계를 나름대로 대표할 수 있는 곳에서 주도적으로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엄정한 대회 평가와 마라톤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내부 토론이 있어야 한다.
육상연맹 같은 전문 관민단체에서 지속적인 평가와 관리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으며, 대회 목적과 환경, 대회 후 관리 등 대회 전반에 걸쳐 주자들의 입장에서 지향하는 마라톤 문화에 적합한지를 토론하고 결정하여 공개적으로 추천과 시정 건의 혹은 대책을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수요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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