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열심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강박적으로 신발을 거리에 비례하여 교체하기도 했다. 새로운 신발을 신을 때마다 기존의 러닝화보다 밑창은 더 납작하고 큐션감은 더 새로워졌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뒷축이 높고 쿠션감이 있는 신발이 속도가 나는 것 같아 좋아했다. 그런 신을 신으면 내 발과 다리가 지면에 얼마나 세게 충돌하는지 알 수 없어서 더 많은 충격도 쉽게 견딜 수 있었다.
지면과의 충돌시에 발생하는 충격이 주는 피드백에 무뎌지는 것은 부상 예방에 좋은 태도가 아니었다. 항상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여 지면과의 충돌에 의한 충격을 줄이려 노력했다. 기존의 달리기 신발은 그런 노력 효과에 대한 감각에 무뎌지게 만들었다.
더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속도는 항상 상대적이다. 언제나 천천히 무리 없이 달리는 집단에 속한다. 주자의 체력 조건을 타고난 것도 아니지만, 웬만큼 느리지 않게 달릴 수는 있었다.
전형적인 달리기 전문 신발을 신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는 별로 생각해본 적도 없다. 속도에 대한 욕심도 항상 없는 것이 아니어서 가능한 한 경량화를 신는 경우들이 많았으며, 그런 신발이 내 몸에는 더 맞는 것 같았다.
대부분은 풀코스를 달렸고, 나에게 42.195km를 달릴 능력이 있는지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풀코스를 달리는 주자들도 똑같은 마스터스 주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0km 지점 지나 있는 하프코스 반환점에서 돌지 않고 그냥 달려갔을 뿐이다.
내가 처음부터 풀코스에 도전한 이유는 그냥 장거리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라톤 대회니까 당연히 풀코스를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코스 후반에 걷다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겨우 첫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비로소 거리감의 힘듦을 알았다.
단지 거리에 대해 놀랍거나 두려운 것은 없었다. 그저 걷지 않으려 열심히 훈련하고 그만큼 많이 달렸을 뿐 별종이 아니었다. 그 때는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않아서 나같은 신참에게 겁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어쨌던 포기하지만 않으면 누구나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의 마음 뿐이었던 것 같다. 평범한 누구나 주자라면 어떤 부상도 없이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는 증인이 되고 싶었다.
학교 운동장이 흙길이고 지면이 부드러워서 아침 달리기에 아주 좋았지만, 장거리 달리기는 항상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달리며 다리와 관절들을 적응시켰으며, 장거리 주자들의 아름답고 경쾌한 보폭과 속도감에 감탄하기도 했다.
덥거나 추운 날, 맑은 날고 흐린 날, 밝거나 어두운 날 흙길이나 아스팔트나, 강이나 산이나 구분 없이 만나는 대로 한 번 달려가 보며 공기의 맛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들과 가장 멋진 방법으로 만나고 충돌하며 즐기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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