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가장 많이 겪는 시기는 사회적 상징적 통과의례를 겪는 시기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면서 무력감을 느낄 때 질병에 걸리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무력감이나 절망감 자체와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능력은 서로 다르고, 그런 표상들을 구분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성장기 아이들이 무력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지난 휴일에 텔레비젼에서 전교 1등 하던 아이가 갑자기 자진 퇴학을 하여 유명 학원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는 방송을 보다가 그런 압박감과 무력감의 크기가 피부로 전달되는 듯했다.
사람들이 궁지에 몰렸을 때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재현할 수단을 빼앗긴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따라서 궁지와 실패를 말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할 때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가족과 친구와의 사별을 연구한 조사에 따르면, 사별 후 병에 걸리는 사례들이 증가한다. 하지만 애도 의식을 하는 지역에서는 신체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애도하는 사람은 슬픔에 잠겨 망연자실하지 않고, 공동체와 함께 상실의 슬픔을 나눈다.
사회적 결속이 질병 감소에 효과적이며, 장례식 덕분에 사별한 사람은 감정을 재현할 수 있으며, 함께 감정을 표출하는 장례식이 없다면 신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개인이 사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은 부족할 때가 많으며, 그런 경험을 듣는 것은 실제로 하는 경험과는 다르다. 소아 당뇨의 발병은 3~6세 사이, 10~14세 사이에 최고치를 이루는데, 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사춘기를 겪는 때와 같다.
21세 이후에 당뇨병이 발병하는 사례는 25%에 불과했으며, 이런 발병의 시기적 일치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고 하며, 성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 즉 문제를 제대로 상징화하지 못한 사람에게 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호르몬 변화 과정들의 의미가 갈등이나 경험을 상징화하지 못하면 질병으로 연결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성장기 과정의 재현과 상징화 과정이 교란될 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요한 인물과 사별했을 때도 재현과 상징화가 교란될 수 있다.
이 때는 일상의 흐름이 끊어질 때도 교란될 수 있으며, 또한 세상에 자리를 잡아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혼이나 출산, 직업의 결정, 계약, 결심, 공식 선언, 승진 같은 신변 변화가 생길 때 재현과 상징화가 교란된다.
이 때는 일상의 흐름이 끊어지면서 상징적, 의례적 차원이 강조된다, 상징적 차원은 바로 삶이 바뀌는 때이며, 새로운 지위를 받아들이는 행위를 상징화할 수 없다. 마찬가지고 좋은 일이 일어날 때도 때로 병에 걸리기도 한다.
우리 어릴 때 '살만해지니까 병에 걸려 죽었다.'는 말들을 할 때가 바로 그렇다. 결혼, 이혼, 사별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말들이며, 삶이 바뀌는 때는 이렇게 황당한 일들이 일어난다. 행복과 불행은 어깨동무를 하고 나타난다는 말이 그 의미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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