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드는 악한 일들뿐 아니라 선의에 의한 일들이 전체 내 인생에서 나만의 삶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그런 악하거나 선한 행동들이 내가 죽은 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악한 업을 많이 지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지독한 큰 손해를 끼쳤더라도, 그것이 결국은 천천히 고통스럽게 더 큰 생명이나 더 큰 선을 위한 계기가 되거나 그런 결과에 수렴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 자신의 존재와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현재 삶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그런 생각에서 누구와 무엇 사이의 경계는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그럼으로써 나로 하여금 누구 또는 무엇이 계속 살아가는가로 향하게 한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는 나와 관련된 것은 현재 내 인생에서 나였던 것과는 매우 다른 인연과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다. 이런 변화에는 연속적인 부분도 있고, 불연속적인 부분도 포함되며, 그런 불연속성인 것 또한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 존재하는 나의 의식이 내가 죽은 후에 있게 될 나를 알아볼 동일한 주체일 수 없다. 소위 깨달음이라고 부르는 가장 깊은 정체성이 개체적 자아를 떠난 개념이기 때문에, 그런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일이다.
깨달음 속에서 계속될 나의 삶 역시 현재의 나라는 개체적 자아의 연장으로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려 해서도 안 된다. 나의 삶이나 정체성 자체가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창밖의 나무가 되거나 부엌의 부지깽이가 될 수도 있다.
깨달은 나의 자아는 지금 현재의 내가 아니며, 때달은 사람 그 자체일 뿐이다. 깨달음이 추구하는 삶의 이상은 깨달은 사람의 더 넓은 활동 안에서 나라는 개인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며, 이것은 현재의 나의 자아가 한 발 물러나야 깨달음에 다가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내가 한 발 물러나고, 대신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한 발 나아가 나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죽음 이후의 삶의 현실일 것이다. 씨앗 하나가 떵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래도 남아 있지만, 죽으면 더 많은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내가 죽는다는 말은 한 알의 씨앗으로 정말 죽는다는 말이며, 내가 죽은 후 계속 살아가는 나는 깨달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죽은 후 나의 정체성은 지금 현실에서 보고 있는 유일한 존재로서의 나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지수화풍으로 흩어진다.
맺혀질 열매는 하나의 작은 씨앗과는 아주 다른 존재의 모습들이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더 이상 한 개인으로 사는 내가 아니라 죽은 후의 삶을 가리키는 것이다. 깨달음을 위해서는 기꺼이 현재의 내 모습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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